퇴임해도 핫한 그 이름 '트럼프'…무슨 죄 지었길래 [글로벌 핫이슈]

입력 2022-09-11 13:30   수정 2022-10-06 00:01


한국경제신문의 글로벌 핫이슈입니다. 하반기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 세계 에너지 대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긴축(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 우려, 여기에 어마어마한 강(强)달러로 인한 환율 전쟁까지…. 얘기만 들어도 가슴 답답해지는 소식들이 참 많죠.

이 와중에 한국에서는 비교적 덜 다뤄지고 있지만,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선 그야말로 핫한 이슈를 다뤄보려고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둘러싼 각종 의혹들인데요, 재선에 실패해 전임자로 물러났는데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언론을 연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현직인 조 바이든 대통령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말이죠.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뉩니다. 우선 그가 '재벌'로서 저질렀다고 의심받는 화이트칼라 범죄 의혹이 있습니다. 트럼프 그룹이 세금을 내야 할 땐 뉴욕 저택과 빌딩, 골프장 등 부동산의 자산 가치를 축소하고 대출이나 보험 혜택을 받을 땐 자산을 부풀리는 탈세와 사기, 분식회계 등을 일삼았다는 건데요, 뉴욕주 검찰이 2020년 8월부터 3년째 수사 중입니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 일가의 탈세 의혹은 이미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였습니다. 그러다 2020년 뉴욕주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법원 제출 서류에 의해 공개된 거죠. 당시는 그가 현직 대통령으로서 재선에 출마한 때이기도 합니다.

결국 그해 말 트럼프는 바이든에게 지고 맙니다. 그 이후에도 트럼프 그룹을 겨냥한 뉴욕주 검찰의 탈세 수사는 계속됐습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를 잡기 위해 가족까지 탈탈 털고 있다"며 수사에 비협조적으로 일관하고 있죠.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기본이고요, 지난달 검찰에 출두해서는 400번 이상 "같은 대답(same answer)"이라는 문구를 반복하며 묵비권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그의 2020년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자들이 작년 1월 6일 미 의사당에 쳐들어가 폭동을 벌인 '1·6 사태'도 수사 대상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를 부추긴 것도 모자라 개입했다는 배후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엔 1·6 사태에 가담한 공직자를 파면해야 한다는 첫 판결(뉴멕시코주 법운)이 나왔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는 모양새죠. 그는 조지아주 법무장관 등에게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로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모두 그의 재임 기간 중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대선 후보자' 입장에서 받는 의혹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런데 그가 의심받는 마지막 범죄 의혹은 좀 결이 다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많게는 수백 건의 기밀문서를 불법 반출했다는 건데…, 유출된 문건들 중엔 특정 국가의 핵 무기 능력 등이 기재된 1급짜리 비밀도 나왔다고 하네요. 미 대통령기록법은 대통령 및 부통령이 재직 기간 작성한 모든 공문서를 보존한 뒤 임기 후 연방정부 기록보존소에 넘기게 돼 있습니다.

이번 수사를 주도하는 연방수사국(FBI)은 대통령기록법 위반죄뿐만 아니라 간첩죄, 사법방해죄까지 적용할 방침이라고 하네요. '대통령' 신분으로서 절대 저질러선 안 될 중범죄들입니다. FBI는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압수수색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전 정권에 대한 사정정국" "정치적 탄압"이라며 맹공을 퍼붓고 있습니다. FBI가 미국 11월 중간선거를 2~3개월 앞둔 시점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는 이유에섭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안티팬만큼이나 극성팬도 많은 인물입니다. 그를 겨냥한 전방위 수사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국민여론이 완전히 분열하고 있는 이유죠. 게다가 미국은 대통령을 수사는커녕 법정에 세운 적도 없는 나라입니다. 전직이든 현직이든요. 이 때문에 그가 받는 어마어마한 혐의들을 묻어두고 "관례대로 불기소를 선택해야 한다"는 극렬 지지층의 주장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트럼프 극성팬덤의 무장 폭동이 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습니다.

그러잖아도 먹고 살기 빠듯할 정도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심각해지는 와중에 세계 최강대국의 내전이라뇨.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한 수사의 칼날이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우리도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대목은, 최근 미국에선 역으로 한국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고 하네요. 대통령의 레임덕 시기부터 사정정국이 시작되고 전직 대통령의 구속 수감이 익숙한 나라라고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정치권과 사법당국의 관행을 깨고 법정에 서는 첫 전직 대통령이 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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